식탁의 무게
처음 독일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주문했을 때, 접시에 쌓인 양에 놀랐던 경험은 이 문제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에서라면 절반이면 충분할 법한 양이 독일에서는 기본 포션으로 제공된다. 독일에서의 한 끼는 맛이나 조리 방식 이전에, 애초에 ‘많이 먹도록 설계된 식사’에 가깝다. 여러 연구는 독일 외식 한 끼의 열량이 하루 권장 섭취량의 절반에 육박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독일의 비만 문제는 식재료의 종류를 따지기 전에, 기본값으로 과도한 섭취가 전제된 구조에서 이미 시작된다.
무엇을 먹는지로 시선을 옮기면 이 구조는 더 분명해진다. 독일 식단의 중심에는 여전히 육류가 있다. 독일은 유럽 내에서도 1인당 육류 소비량이 높은 국가 중 하나로, 소시지·햄·가공육이 일상적인 단백질 공급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육류 그 자체라기보다, 육류가 식사의 ‘중심’이 되는 방식이다. 접시의 절반 이상을 고기와 감자가 차지하고, 채소는 곁들임에 머무르는 구성은 열량 밀도를 자연스럽게 높인다. 여기에 가공육이 더해지면 포화지방과 나트륨 섭취량도 함께 증가한다.
이와 대비되는 사례로 동아시아와 지중해 연안 국가들의 식단이 자주 언급된다. 동아시아는 오랫동안 낮은 비만율을 유지해 왔는데, 그 배경에는 밥·채소·콩류·해조류·국물 요리 중심의 낮은 열량 밀도 식단이 있었다. 튀기기보다 삶고 끓이는 조리법, 한 끼의 과도하지 않은 크기 역시 체중 증가를 억제하는 역할을 했다. 물론 최근에는 서구식 식품 확산으로 비만율이 상승하고 있지만, 기본 구조가 체중 증가를 완충해 왔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지중해 연안 국가들은 바다와 가까운 환경 속에서 식문화가 형성되어 왔다.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이 유럽 평균보다 낮은 과체중 비율을 보이는 배경에는, 채소·통곡물·올리브 오일과 함께 해산물이 식탁의 중심을 이루는 구조가 있다. 이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체중 증가를 완충하는 식단 환경의 차이다.
이 지점에서 독일의 식문화는 다시 한 번 대비된다. 독일 인구의 대다수는 내륙에 거주하며, 해산물을 일상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해산물이 식탁에 오르더라도 신선한 재료보다는 가공 형태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피쉬스틱이다. 이는 ‘해산물’로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빵가루와 기름에 의해 열량이 크게 증폭된 가공식품이며, 감자튀김과 함께 제공되는 경우가 흔하다. 생선이 가진 영양적 장점은 조리 과정에서 상당 부분 상쇄된다.
물론 해산물을 거의 먹지 않더라도 체중을 잘 관리하는 개인들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개인의 사례는 사회 전체의 평균을 설명하지 않는다. 비만 문제는 개인의 절제력보다, 무엇이 기본값으로 제공되는지에 더 크게 좌우된다. 독일에서는 큰 포션, 육류 중심 구성, 가공식품의 높은 접근성이 결합되어 체중 증가에 유리한 환경을 형성하고 있다.
결국 독일의 비만 문제는 ‘고기를 먹느냐, 생선을 먹느냐’의 이분법으로 설명될 수 없다. 핵심은 식탁의 구조다. 과도한 양, 육류와 가공육 중심의 식사, 해산물과 채소의 주변화, 그리고 높은 열량 밀도가 하나의 시스템처럼 작동한다. 해산물은 그 해결책이기보다는, 독일 식단이 놓치고 있는 방향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지표에 가깝다.
독일의 비만 딜레마는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식문화의 문제다. 식탁의 중심을 무엇으로 설정할 것인지, 한 끼의 크기를 어디까지 정상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바뀌지 않는 한, 체중 문제 역시 구조 안에 머물 수밖에 없다. 변화는 멀리 있지 않다. 식단의 중심을 조금 옮기고, 기본값을 재설정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