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불리기까지
대기실에서 내 이름이 불리기 전까지, 그 시간은 진료의 일부처럼 남아 있다.
독일은 보편적 의료보험 국가다. 보험 가입률은 높고, 중증 질환이나 고가 치료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보호를 제공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제도를 신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형식적으로 보자면 의료 접근성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그러나 실제 의료 이용의 과정은 그 이상을 요구한다.
나는 독일에 거주하며 부인과 진료와 대학병원 상담을 거치는 동안, 의료가 하나의 연속된 흐름이 아니라 여러 단계로 분절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소견서를 받고, 검사를 예약하고, 결과를 기다린 뒤 다시 다음 진료를 잡는 과정은 각각의 절차로 나뉘어 있었다. 진료 시간 자체는 짧았지만, 그 사이에 놓인 간격은 길었다.
대학병원 대기실에서 보낸 시간은 이 구조를 더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환자들은 이름이 불릴 때마다 일어났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고, 진료과를 옮길 때마다 긴 복도를 지나야 했다. 기다림과 이동은 부수적인 불편이 아니라, 의료 경험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이 시스템이 전제로 하는 암묵적인 규칙과 순서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가였다. 어느 병원을 먼저 찾아야 하는지, 어떤 소견서가 필요한지, 다음 단계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는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의료 접근의 흐름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공백은 종종 불안으로 이어진다.
이런 구조는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전문의 진료 예약이 어렵고, 검사와 상담 사이에 긴 공백이 생기는 일은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의료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많은 사람들은 긴 대기나 복잡한 절차를 불만으로 여기기보다는, 이 제도가 제공하는 보장성과 안정감을 더 중요하게 평가한다. 속도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맞춘 설계가 의료 접근 과정 전반에 반영되어 있고, 그 선택은 일정한 신뢰로 이어진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질문이 남는다. 국민들이 의료 서비스를 위해 상당한 비용과 신뢰를 전제로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면, 그 대가가 오직 ‘기다림’으로만 설명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다. 큰 병을 보장받는다는 안정감은 분명한 장점이지만, 그것이 접근 과정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모두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독일 의료보험 제도의 강점은 분명하다. 다만 그 안정 위에서, 환자가 의료에 도달하기까지의 경로를 더 간결하고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가능성 역시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이 제도가 안고 있는 질문이며, 앞으로 던져볼 수 있는 방향이다.